번(幡)은 불사의 장엄구로서, 또한 연명과 추선공양 등에 사용된 깃발이다. 모양은 인체를 본뜬 듯, 머리에 해당하는 번두, 몸에 해당하는 번신, 발에 해당하는 번족으로 이루어진다. 호류지 절 번의 특징은, 번두 부분을 허리끈을 사용하여 삼각형으로 만들고, 번신 안쪽의 평(坪)이라 불리는 부분을 세로로 길게 장방형으로 하며, 그 주위에 한 줄 혹은 두 줄의 가장자리를 두르고, 번족은 띠모양으로 재단한 긴 조각을 조금씩 어긋나게 늘어뜨리고 있다. 한 줄 가장자리 번은 평을 나누고 있는 평의 경계와 가장자리가 교차하는 부분에 띠모양의 수(手)를 붙이는 것이 많다. 두 줄 가장자리의 번에서는 많은 경우 금동제의 둥근 금구를 장식한다.
호류지 절 번의 명칭은, 번신의 평 직물에 사용된 직물의 종류에 따라 붙여진다. 촉강금릉번은 번신 제1평에 촉강금, 그 외의 평에 능직을 사용하여 이처럼 불리게 되었다. 2폭 모두 거의 같은 직물로 똑같이 만들어 졌다. 본 번을 대형으로 제작한 촉강금대번이 나라현 호류지 절에 전해지고 있으며, 원래는 이들이 한 벌이었으리라 추정된다. 즉 이 대번이 천개 중앙을 장식하던 관정번이고, 촉강금릉번이 천개의 네 귀퉁이를 장식하는 소번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