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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경은 밑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사용해《금광명경(金光明経)》네 권과《이취경(理趣経)》한 권의 내용을 서사한 것이다. 헤이안시대 후기에 많이 제작된 장식경(装飾経)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밑그림 종이는 애초부터 경전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고 모노가타리(物語)의 에마키(絵巻)*용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경에 사용한 것이므로 다른 장식경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이 모노가타리 에마키는 고시라카와(後白河) 법황이 직접 제작에 간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내용은《이취경(理趣経)》권말의 간기(刊記)에 보인다. 이에 따르면 고시라카와 법황이 만년에 어떤 여성과 함께 에마키를 제작하던 도중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밑그림 단계까지 완성되어 있던 에마키 제작을 중단하고 고인과 인연이 깊은 이 종이를 사용해 경전을 사서하는 것이 고인을 공양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죽은 사람을 공양하기 위해 제작된 경전을 보통‘공양경(供養経)’이라 하며 편지지 등의 뒷면을 사용해 사서한 것이 가끔 전하고 있다. 그러나 에마키용의 밑그림 종이가 사용된 것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원래는《금광명경》4권과《반야이취경(般若理趣経)》1권 등 5권이 한 세트였지만 현재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이《금광명경》권 제3과 다이토규(大東急) 기념문고 소장의《이취경》(국보)의 두 권뿐이며 권 제2와 제4는 일부만 남아 있다.
이 밑그림은 에마키 제작과정의 어느 한 단계를 실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하다. 에마키는 우선 윤곽선을 그린 다음, 채색을 하는데 채색 과정에서 잘 보이지 않게 된 윤곽선과 세밀한 선을 다시 살려내는 쓰쿠리에(作絵)라는 기법이 사용된다. 따라서 이 경전에서 밑그림이 어느 단계까지 그려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밑그림에서 인물들은 아직 눈과 코 등이 그려져 있지 않아 그 때문에‘목무경(目無経)’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밑그림의 주제에 대해서는《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라는 설과《아리아케노와카레(有明別)》*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경전을 제작할 때 모노가타리의 차례가 무시된 채 이어 붙여졌고 밑그림 또한 전부 전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주제는 단정지을 수 없다.
*에마키:이야기 내용을 글과 함께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
*아리아케노와카레:몸이 보이지 않게 되는 도롱이를 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모노가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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