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전반 교토 난젠지(南禅寺) 절의 고(杲)라는 승려가 가지고 있던 산수화에 당시 저명한 선승들이 시와 서문을 써넣은 시화축이다. 작자로 전하는 슈분은 이 무렵 아시카가(足利)장군 집안의 전속화가로서 쇼코쿠지(相国寺) 절의 선승이었다. 슈분 작품이라고 단정할 만한 것은 현재 한 점도 남아있지 않아 화면 오른쪽 아래에 찍힌‘에케이슈분(越溪周文)’이란 도장도 진위가 의문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슈분의 그림을 고찰하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의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구도와 모티프는 중국 남송시대의 하규, 마원 등의 양식과 이들의 경향을 이어받은 원, 명시대의 마하파 작품을 습득한 것으로 여겨진다. 큰 무리가 없는 대각선 구도를 채택하여 왼쪽 윗편의 원경에는 호수 건너편의 안개낀 산을 그렸으며 오른쪽 아래의 전경에는 대밭에 둘러쌓인 초암에서 책을 읽는 사람과 또 다리를 건너 찾아온 두 사람의 방문객을 그렸다. 화면은 작지만 광대한 공간을 암시하는 대기가 충만해 있다. 은거 생활을 동경하는 선승을 위해 그려진 서재도로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서문은 지쿠운 도렌(竺雲等連)이 썼고 고세 류하(江西龍派), 신덴 세하(心田清播), 도쇼 슈겐(東沼周曮), 즈이간 류세(瑞巖龍惺), 기세 레겐(希世霊彦) 등이 시를 지어 붙였다.
서문에 1447년이란 연기가 보이지만 실제 그림이 그려진 것은 이보다 앞선다고 여겨진다. 한편 서문에 글을 의뢰한 사람에 관해서는 언급하며 그림의 작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는 것은 당시의 항례였다. 교토 묘치인(妙智院) 절에 전해져 왔던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