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鏡像)은 동경의 거울면에 불상이나 신상을 선으로 새겨 넣은 것인데, 드물게는 채색을 한 경우도 있다. 경상이 일본에서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10세기 후반~말기의 일이다. 신체(神體)로 받들어지는 일이 많은 거울에 본지수적(本地垂迹)* 사상을 바탕으로 그 신의 본지불(本地佛)인 불상을 새기면서 발생했다는 설이 일반적이나, 현존하는 작례로는 초기의 경상에 만다라적인 군상 구성을 취하는 경우가 많고 월륜 안에 밀교존을 관상(觀想)하는 밀교의 작법을 배경으로 하여 그 월륜과 존상을 거울과 상으로 옮겨놓은 데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중국의 오대~송대(10세기)에도 경상의 유례가 있어 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상은 백동으로 주조한 화경(和鏡)의 거울면에 십일면관음보살 좌상을 선으로 새겨 넣은 것이다. 거울 뒷면인 경배(鏡背)에는 유수(流水) 문양에 싸리로 보이는 가을 풀을 배치하고 두 마리의 새와 나비를 넣었다. 전형적인 헤이안 시대 후기의 화경이다. 권선(圏線)의 내구에는 ‘平治元年/潤五月廿五日/僧杲覚(1159년/윤5월 25일/승려 고카쿠)'라는 문구가 롱자(籠字)*로 새겨져 있다. 거울면에는 오른손에 염주를 늘어뜨리고 왼손에 물병을 얹은 연 줄기를 잡은 십일면관음보살 좌상을 축조(蹴彫)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느긋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선묘는 헤이안 시대 후기의 특색을 잘 반영하고 있다. 경배와 경상 모두 연기명 양식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는 작품으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 본지수적: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신성한 몸을 드러내는 일
* 롱자: 문자 위에 얇은 종이를 놓고 문자의 윤곽만을 선으로 옮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