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懸佛)은 거울을 본뜬 동판에 돋을새김 하거나 입체적인 형상으로 만든 존상을 고정시킨 후, 건물 등에 걸어두기 위한 장치를 갖춘 것을 가리키며, 경상(鏡像)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본 유물은 동제 원판에 가느다란 선을 새기는 모조(毛彫) 기법이 도입된 산노짓샤(山王十寺)의 존상을 못으로 고정시킨 산노만다라현불(山王曼茶羅懸佛)이다. 원형 동판에는 복륜(覆輪)을 두르고 있고 상단 두 군데에 꽃모양으로 형태를 만든 고리 장식과 고리가 갖춰져 있다. 중앙에는 승려의 모습을 한 오오미야(大宮)를 크게 배치하고 그 주위를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신 하치오지(八王子), 승려 모습의 쇼신지(聖眞子), 승려 모습의 니노미야(二宮), 원숭이 신 다이교지(大行事), 누워있는 소의 모습인 우시미코(牛御子), 남신 하야오(早尾), 지장보살의 모습인 쥬센지(十禪師), 여신 마로도노미야(客宮), 여신 산노미야(三宮)을 배치하였다. 뒷면에는 각 존상의 존명을 새겼고, 중앙에 「阿蘇谷預主也/建保六年[歲次/戊寅]七月十九日/阿蘇谷預所院主惣公文/中御子平景俊」라는 침서명이 있다. 이를 통해 본 유물은 켄포 6년(1218)에 아소다니(阿蘇谷, 현재의 쿠마모토현 쿠마군)의 하급 장관(莊官) 타이라노 카게토시(平景俊, 생몰년미상)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카마쿠라 시대(1185~1333) 전기에 제작된 현불의 기준작으로서 매우 귀중하며, 히에산노(日吉山王) 신앙에 관련되는 유물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