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젠(友禪)염색은 에도시대 전기에 교토의 지온인(知恩院) 부근에서 활약한 부채 화가인 미야자키 유젠자이(宮崎友禪齋)가 그리던 부채 그림이 유행함에 따라, 그 무늬가 고소데(小袖, 소맷부리가 좁은 기모노) 무늬에도 사용되면서 조쿄 연간(1684~1688)에 대유행한 고소데 무늬를 말한다. 그 후, ‘유젠무늬’는 쇠퇴하였지만 그 무늬를 염색하는 기법은 그대로 ‘유젠염색’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유젠염색의 특색은 한 벌의 고소데를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표현하여, 전신에 풍부한 색채의 그림 무늬를 염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윤곽선을 따라 통에 넣은 풀을 바름으로써 색을 칠할 때 색이 윤곽선 밖으로 번지지 않도록 방염한 후, 솔이나 붓으로 색을 칠한다. 메이지시대에 화학 염료가 수입되기 전까지는 적색 계열의 연지, 청색 계열의 쪽, 황색 계열의 자황, 흑색의 먹, 이 4가지 색상을 혼합하거나 바림하여 다양한 색채와 음영을 표현하였다.
본 작품은 유젠염색 기법이 가장 탁월했던 에도시대 중기의 수작이다. 칸막이 위에 앉아 있는 용맹스러운 매를 그림처럼 섬세하고 화려하게 물들인 후리소데(振袖, 소맷부리가 긴 기모노)로, 여성이 아닌 젊은 남성이 착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칸막이의 나뭇결, 테두리, 매의 날개 등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한 바림을 살린 채색은 백미이다. 유젠염색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홍색과 금색은 홍색의 명주실과 금색의 요리킨시(撚金糸, 금박을 감은 실)를 사용한 자수로 표현해 화려함을 더 한다. 또한 디자인도 흥미로운데, 칸막이의 표면에 염색한 매화 무늬를 소매에서 어깨 방향으로 따라가 보면 전신에 걸쳐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나타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칸막이 사이를 메우듯 표현한 보라색의 홀치기염색은 ‘폭탄’이라고도 불리며 에도시대 중기의 유젠염색에 특징적으로 나타나지만, 오늘날에는 염색 방법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불가사의한 기법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