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사적인 헤이조(平城)궁 유적지에서 출토된 목간들이다. 이 작은 나뭇조각들에서 약동하는 국가 건설의 모습과 이제 막 문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시작한 고대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목간이란 묵서 즉 먹으로 글씨가 쓰여 있는 목제품으로 나무가 갖는 특성을 잘 살려서 문서나 꼬리표 및 짐 꼬리표 등으로 사용됐다. 목간은 작은 조각이 많은데 재활용하기 위해 목간을 깎아냈을 때 발생한 부스러기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작은 조각들의 단편적인 정보들을 집약하고, 유적의 정보를 더하면 종합적인 검토가 가능해진다. 국보로 지정된 목간에 작은 조각들도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료적인 특성으로 인한 것이다. 또한 출토된 목간은 유적지에서 나온 출토품이기 때문에 그 전래 과정이 명료하며, 기재가 날조되었을 우려가 없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목간은 문자 사용이 급격하게 확대되었던 나라 시대에 매우 활발하게 이용되었다. 그 때문에 헤이조궁 유적지 출토 목간에는 헤이조궁 내의 사무 처리에 사용된 서류, 전국에서 가져온 공납품에 붙여진 꼬리표 등 정치, 행정, 경제의 실태를 전달하는 목간이나, 쇼무(聖武) 천황의 소지품에 붙인 꼬리표부터 하급 관리의 문자 연습이나 낙서, 수공업 생산에 관련된 물건 등 사회, 생활의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목간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목간은 편찬된 사서나 법률서를 통해서는 알기 힘든 나라 시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해주는 귀중한 동시대 역사 자료이다.
또 헤이조궁 유적지 출토 목간에는 ‘한자’라는 외국 문자를 사용하여 일본어를 기술하기 위한 궁리와 노력이 새겨져 있다. 예를 들어 각 목간의 문자는 예서, 초서, 해서 등 여러 가지 서체가 혼재하며 자체, 서체, 서풍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이는 일본 열도에서 문자 이용이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던 당시의 고군분투와 다음 시대로 이어지는 전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헤이조궁 유적지의 발굴 조사를 통해, 출토되는 목간 수도 증가하고 있다. 언젠가는 출토된 목간들과 더 나아가서는 현재까지도 땅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목간까지 포함하여, 귀중한 보물로서 국민들과 공유할 날이 오리라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