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도지(東寺) 절에 전해 내려왔으며 밀교의 의식인 관정회(灌頂會)에 사용된 십이천 가면 중 7면이다. 자비로운 상인 제석천, 범천, 일천은 오동나무로 만들었고 늙은 상인 화천과 풍천, 화난 상인 다문천(비사문천)과 자재천(이사나천)은 노송나무로 만들었다.
도지 절의 관정회에서는 악사들이 십이천 복장을 하고 경문을 외면서 걷는 행도(行道) 의식을 치렀다고 한다. 승려 지치에(實慧)의 주청으로 조와 10년(843)에 신조(眞紹)가 전법관정을 받았고 이듬해 결연관정이 거행된 것이 도지 절에서 열린 최초의 관정회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면은 작풍으로 보아 그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다. 화난 상의 가면에 보이는 눈썹에서 눈으로 내려오는 형상과 부푼 볼의 아랫부분을 목귀질하듯 깎아낸 점, 자비상의 가면에 보이는 약간 아래로 처진 볼의 양감 표현 등은 불상 장인인 고쇼(康尙)가 한창 활약한 시기에 조성된 조각 작품과 공통점이 많아 제작 시기는 10세기 말경으로 추정된다. 에이소 원년(989)에 도지 절에서 엔유(円融) 법황이 금강계와 태장계의 양 전법관정을 받았는데, 이때 제작된 가면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 추정에 따르면 조호 2년(1000)에 도지 절의 보장에서 화재가 일어났을 때 반출되었다고 하는 십이천 가면이 바로 이 가면이라는 해석이 된다.
고쇼가 가면 제작에 관여한 기록은 없으나 적어도 고쇼가 탄생시킨 양식이 동시대의 가면 조형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