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일찍부터 도지(東寺) 절에 전래되며 현재도 전하고 있는 5폭의 오대존상(五大尊像)과 함께 궁중의 정월 의례에 사용되었던 유서깊은 그림이다.
헤이안시대 이후 궁중에서는 매년 정월 후칠일어수법(後七日御修法)이라는 천황의 안녕과 국가의 수호 그리고 풍년을 비는 대규모 밀교 의례가 행해졌다. 이는 고보(弘法)대사 구카이(空海)가 처음 제창한 것으로 전하지만 실제 실행된 것은 그의 사후라고 여겨진다. 이 밀교 의례는 대대로 도지 절의 최고 책임자가 주관하였다. 또한 궁중에는 이를 위한 상설 도량인 신곤인(真言院)이 설치되었고 본존인 양계만다라(両界曼荼羅)를 중심으로 오대존상과 십이천상이 나란히 걸렸다고 한다.
십이천은 방위를 수호하는 신들을 말한다. 헤이안시대 이후 전래된 밀교는 사방과 사유(四維)*, 상하, 일월 등을 합쳐 12수호신을 만들어냈다. 12수호신은 풍천(風天, 서북쪽), 수천(水天, 서쪽), 나찰천(羅刹天, 서남쪽), 염마천(閻魔天, 남쪽), 화천(火天, 동남쪽), 제석천(帝釈天, 동쪽), 이사나천(伊舎那天, 동북쪽), 비사문천(毘沙門天, 북쪽), 범천(梵天, 상), 지천(地天, 하), 월천(月天), 일천(日天) 등이다.
이 작품은 1127년 화재가 일어나 그 이전의 그림이 소실되면서 당시 새롭게 그려진 것들이다. 당시의 내용이 도지 절의 역사를 기록한 《동보기(東宝記)》에 상세히 실려있다. 이에 따르면 처음에 도지 절의 최고 책임자인 소카쿠(勝覚) 스님이 가쿠닌(覚仁)에게 명하여 고보 대사가 중국에서 가져온 화본(画本)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그런데 이 그림이 도바인(鳥羽院)으로부터 조잡하다라는 질책을 받아 그 이후 다시 미마사카 호겐(美作法眼)을 데리고 와 닌나지(仁和寺) 절의 엔도(円堂) 그림을 모델로 하여 그리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때 그려진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12폭은 각 폭마다 약간의 표현 차이가 있지만 좌우 대칭의 균형잡힌 자세, 면밀한 묘사, 화려하면서도 그윽한 색채 그리고 치밀한 재금(截金) 기법의 문양 등에서 헤이안 후기에 유행했던 장식미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엿보게 하는 당대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을 만하다.
*사유:서북, 서남, 동북, 동남을 가리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