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의 윗면에서 밑면까지 달에 비친 가을 들판과 가을 풀들에 둘러싸인 판자집에서 다듬이질을 하는 남녀의 모습을 금 다카마키에(高蒔繪)•도기다시마키에(硏出蒔繪) 기법으로 묘사했다. 작은 벼룻집 안에 이야기의 한 토막을 숨겨놓은 듯한 인상적인 그림이다.
뚜껑 위의 그림 속에는 「시라레(しられ)•누루(ぬる)」라는 다섯 글자가 은을 사용한 평문(平文) 기법으로 쓰여져 있으며, 아래쪽에 크게 표현된 베개와 뚜껑 아래쪽 다듬이질 그림은 『센자이와카슈』에 수록된 도시모리 법사의 와카인 「옷 치는 소리를 들어도 알 수 없는 마을 멀지 않는 풀베개는」에서 인용한 디자인임을 알 수 있다. 글자는 꽤 정교하게 숨겨져 있지만 가을 들판에 베개라는 예상 밖의 조합을 통해, 암호적이면서 숨은그림찾기•수수께끼의 일면을 갖춘 작품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