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제관음은 밀교 특유의 관음으로 준제불모라고도 불리며, 특히 헤이안 시대의 귀인들 사이에서 임신과 순산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여겨졌음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현존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으며 그 중 대부분은 경전에 설명된 3개의 눈과 18개의 팔을 가진 모습을 하고 단독으로 나타난다. 본 작품처럼 2개의 눈과 8개의 팔을 가진 모습으로 주위에 사천왕을 배치한 경우는 드물다.
본 작품의 준제관음은 몸을 흰색으로 칠하고 윤곽을 붉은 선으로 둘렀다. 보관은 금박을 입히고 묵선으로 그렸으며, 머리카락에는 약간의 회색을 띤 매우 흐린 녹색을 칠했다. 옷과 연화좌에는 약간의 회색이 섞인 흰색과 담갈색, 담청색, 담록색 등 백색 안료를 섞은 중간색이 많이 사용되었다. 윤곽선도 묵선은 최대한 자제하였으며 대좌를 장식하는 꽃잎류는 흰선으로 윤곽을 둘렀다. 옷에는 섬세한 금절금을 사용하여 각종 문양을 표현하고 장딴지의 볼록한 곳 등에 흰색 하이라이트를, 옷의 주름에는 다른 곳과 같은 계통의 약간 진한 색으로 바림을 넣고 층을 주어 전체적으로 인세이키 불화 특유의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편 현재는 검게 변했지만 두광•배광은 일부에 금 절박 문양을 섞어 강조하면서도 은 절금•절박 문양을 기본으로 하며, 천개에서 늘어뜨린 영락도 은절박을 사용하여 차분한 빛을 표현했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주위의 사천왕을 보면 금구류에 이박(裏箔)을 하여 전체적인 채색을 조금 어둡게 하였으며, 묵선 윤곽선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점, 발 쪽에 암좌를 그려 넣은 점, 천의와 관증(冠繒)의 동적인 모습 등 가마쿠라 시대에 주류가 된 표현 요소들을 엿볼 수 있다. 디자인의 주요 부분과 부수적 부분에서 표현을 바꾸며 빼어나게 완성한 세련된 그림 속에서 헤이안 시대부터 가마쿠라 시대로 가는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