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가져오는 역신을 징벌하고 퇴치하는 벽사신(辟邪神)을 나타낸 그림으로 천형성(天刑星), 전단건달바(栴檀乾闥婆), 신충(神虫), 종규(鍾馗), 비사문천(毘沙門天) 등이 그려져 있다. 과거에는《마쓰다가본(益田家本) 지옥초지 을권》이라고 불리운 에마키(絵巻)*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절단되어 족자로 표구되었다.
천형성은 문자 그대로 하늘의 형벌을 내리는 별로서 음양술가의 부림을 받는 귀신이다. 일본에서는 밀교에서 행하는 가지기도(加持祈祷)를 들어주는 신으로 신봉되었다. 여기에서는 나중에 교토 기온샤(祇園社) 신사의 신이 되는 역신 우두천왕(牛頭天王)을 잡아먹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전단건달바는 원래 인도의 음악신. 팔부 신중의 하나이며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나오는 관음33신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15종류의 악신의 해악으로부터 동자를 보호하는 신으로 신앙되었다. 밀교의《동자경만다라(童子経曼荼羅)》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신충은 누에 벌레의 다른 이름으로서 일찍부터 신격화되어 그 영험함이 알려져 왔다. 여기에서는 나방의 모습에 호랑이와 말의 형상을 합친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종규는 당나라 현종을 악귀로부터 지켜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벽사신으로 눈이 크고 볼에서 턱까지 텁수룩한 수염이 덮여 있다. 늘 검은 옷과 검은 관모를 쓰고 긴 장화를 신은 모습으로 작은 귀신을 잡는다. 비사문천은 여기에서 법화경 수행자를 수호하는 신으로 그려져 있다. 이 그림과 같이 활을 들고 있는 비사문천상은 당나라와 송나라 그림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희귀한 그림을 모아놓은 에마키가 등장하는 것은 나라 시대라는 시대 분위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 또한 헤이안 시대에 궁중의 불명회(仏名会)*에 사용된'지옥변(地獄変) 병풍'과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벽사회는 지옥도와 함께 육도 에마키(六道絵巻)의 일부로서 헤이안시대 말기 고시라카와(後白河) 법황(1127-92)의 명으로 제작된 뒤 렌게오인(蓮華王院)에 소장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림 속의 글에는 각 신들의 동작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되어 있는데 도쿄 국립박물관 소장의《지옥도(地獄草紙)》와 후쿠오카 시립미술관 소장의《감당의 귀신도(勘当鬼図)》에 보이는 그림 속의 글(詞書)이 모두 같은 필체라는 설도 있다.
*에마키:두루마리 그림
*불명회:궁중 연말 항례의 참회 의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