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에는 순수하고 마음이 넓은 소년이었던 선재동자(善財童子)가 문수보살의 설법을 듣고 마음이 일어 법을 구하기 위해 차례로 선한 지식을 만나며, 결국 보현보살 아래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선재동자가 만나는 장면은 일본 나라 시대(710~794)에 알려졌던 화엄경변(華嚴經變)에 이미 나타나있었다고 추측된다. 본 그림은 참배하는 장소 순서로 53폭(혹은 재견문수(再見文殊)를 포함하여 54폭)으로 나눠 그렸다. 원래는 그림 표구가 있는 족자였다. 그 중 20점이 현존하며 나라 토다이지(東大寺)에 10점이, 나머지는 도쿄 네즈 미술관과 오사카 후지타 미술관, 나라국립박물관 등이 나눠 소장되고 있다. 표현 묘사에는 얼마의 차이가 느껴지지만 일련의 직품으로서 모순은 없다.
일본 헤이안 시대(794~1185) 후기에는 벽화에 그려진 역참도(歷參圖)의 존재가 추측된다 (『황후궁건당사안불상원문(皇后宮建堂舎安佛像願文)』). 또한 중국 북송(960~1127)에도 그 사례가 있으며, 송나라로 건너간 일본 승려 죠진(成尋, 1011~1081)은 노주(路州)의 개원사 대불전에서 벽화 「선재지식(善財知識」을 보았고, 고려 시대 의천(義天, 1055~1101)은 항주(杭州)의 혜인사에서 「선재동자참선지식오십사축(善財童子參善知識五十四軸)」을 베껴 고려로 귀국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본 그림의 성립도 동아시아적인 시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림의 윗부분에는 묵서로 선지식의 존명, 주소, 찬송 등을 기입하고 있다. 찬송은 육십화엄과 팔십화엄 쌍방에 의한 것으로 일정치 않다. 도안은 탁본과 판화 등으로 알려진 북송 말에 새롭게 성립된 도안에 따른 것이 아닌, 중국 옛 방식의 선재동자역참도를 계승한 것으로 추즉된다. 부채(賦彩)에는 헤이안 시대 중기 불화에서 보이는 구색 표현과 색선, 색바림 기법이 보이며, 그림 속의 산수와 야수(野水), 이형이류(異形異類)의 모티브도 옛 방식이다. 본 그림의 보수적인 화풍은 많은 점을 알려준다.
무로마치 시대(1392~1573)에는 토다이지 카이단인(戒壇院) 삼면승방 북실의 중앙5간(담의소・식당)에 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