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가지를 흔들며 한 줄기 바람이 부는 개방적이며 시원스런 광경이다. 끝 없이 펼쳐지는 물가, 연꽃 사이로 뜬 배에는 두 명의 인물이 보인다. 그중 왼편의 고사는 <애련설>의 작자로, 연꽃을 군자의 꽃으로서 아낌없이 사랑한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이며 송학 개창자 주무숙(돈이, 1017~1073)로 여겨진다. 무로마치시대 선종 승려 등 지식인은 한문(고대 중국의 문어체 문장)을 익히며 중국 문화를 깊이 이해하였는데, 이 작품은 그런 세계에 대해 동경을 품은 이들이 중국 고사에 바탕을 두고 그려진 회화 작품으로서 감상하였다.
작자는 화면 오른쪽 아래에 찍힌 흰 글씨의 솥 모양 인장 "마사노부"(正信)로 보아, 가노 마사노부(1436~1490)임을 알 수 있다. 마사노부는 에도시대 후기까지 화단의 주류를 차지한 가노파의 기초를 다진 화가이다. 그리고 사찰 긴카쿠지 절을 건립한 것으로 유명한 무로마치 막부 8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1436~1490)의 전속 화가이기도 하였다. 이 그림에는 버드나무의 도안이 거의 동일한 중국 회화의 모사본(<버드나무 아래 머무는 해오라기 모사본>(柳下宿鷺圖模本, 원본 : 마원 그림), 도쿄예술대학 소장)이 존재한다. 아마도 마사노부가 아시카가 쇼군 가문이 소장한 남송의 원체화 등을 보고 익힌 성과를 기반으로 제작한 것으로 짐작된다. 무로마치시대 수묵화 중에는 특정한 중국인 화가의 작풍을 그림의 양식으로 삼아 모방한 작례가 많이 알려져 있으나, 이 그림은 남송시대 화원화가 마원의 양식을 본보기로 삼은 것이 명확한 '마원 양식'의 작품이다. 또 이 그림은 중국 화가의 양식을 본보기로 한 작품 제작에 대해 우리에게 자세히 전해주는 무로마치시대의 전형적인 회화 작품으로서 역사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가노파의 초대 화가 마사노부에 의해 그려진 유일한 국보 작품으로, 무로마치시대 교토에서 성행한 히가시야마 문화의 수묵화를 대표하는 우수품이다. 구 다테(伊達) 가문에 전해져 온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