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가타이샤(春日大社)의 신이 머물고 있는 성스러운 산인 미카사야마(御蓋山)와 가스가야마(春日山)를 배경으로, 카스가 신의 시종이라고 하는 신록(神鹿)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강조하여 그렸다. 카스가야마 산 위쪽에 떠오르는 빨간 테를 두른 금빛 원상은 일륜(日輪)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단의 안개가 걷힌 곳에는 카스가타이샤 경내 입구인 이치노토이리(一之鳥居)와 그 위로 이어지는 참배로가 있고 좌우로 카스가 들판에는 사슴 무리가 보인다.
신록의 안장 위에 얹은 신목(神木) 비쭈기 나무는 다섯 갈래로 뻗었고 신에게 바치는 물건과 등나무 꽃이 늘어진 가지 끝에는 카스가타이샤의 본사(本社)와 와카미야 신사(若宮神社)의 부처 본연의 모습인 다섯 존불을 표현하였다. 도상 오른쪽부터 와카미야(若宮)의 문수보살, 본사 이치노미야(一宮)의 석가여래, 니노미야(二宮)의 약사여래, 산노미야(三宮)의 지장보살, 시노미야(四宮)의 십일면관음이다. 본지불은 모두 금색으로 그렸으며 광배와 같은 각 존상을 감싸듯이 큰 원을 그려 일체화 시켰다. 이는 신이 나타날 때 매체가 되는 거울에 나타난 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카스가의 신록을 중심으로 한 사슴 만다라(鹿曼荼羅)로 불리는 형식의 회화는 진고케이운 2년(768)에 카스가묘진(春日明神)이 히타치노쿠이(常陸國, 현재의 이바라키현)의 카시마(鹿島)에서 하얀 사슴을 타고 미카사야마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신앙에 근거한 것이다. 카스가만다라의 정형화된 작품으로는 현재 30점 이상의 유사 작품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본 작품은 특히 사슴의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섬세하고 치밀한 필치로 사슴의 털을 표현하였으며, 몸통의 입체감이나 뿔의 질감을 훌륭하게 표현하였다. 부처의 등 뒤에 장식된 큰 원상(圓相) 부분에는 비단 안감부터 금박을 붙이고, 사슴의 몸통에는 흰색 채색을 정성스럽게 더한 고풍스러운 표현이 사용되었다. 본 도상의 제작은 카마쿠라 시대(1185~1333) 후기로 소급할 수 있으며 현존하는 카스가 사슴 만다라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에 해당하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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