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문화재과일과 채소로 표현한 열반도[과소열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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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토 자쿠추 그림
  • 1폭
  • 종이에 먹
  • 세로 182.4cm 가로 96.3cm
  • 에도시대
  • 교토국립박물관
  • A甲83

 석가모니 부처의 입적을 그린 열반도를 과일과 채소로 표현한 대작이다. 석가모니는 화면 중앙에 엎어 놓은 바구니 위 두 갈래로 갈라진 무를 올려서 표현하고, 8그루의 사라수 나무는 옥수수로 표현했다. 또한 석가모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보살, 나한, 동물들도 여러 채소와 과일로 표현했다. 화면 왼쪽 윗부분의 동그란 과일은 석가모니의 지팡이와 사발을 싼 꾸러미를 사라수 나무에 걸어 놓은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먹물의 농도를 달리 하여 독특한 선을 표현하거나 먹의 번짐과 갈필(渇筆) 등의 기법을 구사하여 60종류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그렸다. 이토 자쿠추(1716-1800)가 교토의 니시키 시장 청과물 도매상 주인으로서 매일 접했을 그것들의 묘사는 대상의 특징을 잘 살린 기교가 돋보이는 것은 물론, 화가의 손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만 같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말 없는 채소들이 마치 정말 슬픔에 잠겨있는 듯 느껴진다. 많은 대상을 그리면서도 전체의 구도와 먹물의 농담 배분에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자유로운 붓놀림은 눈을 즐겁게 하여 아무리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자쿠추의 수묵화가 가지는 매력이 바로 응축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낙관으로 보아 제작 시기는 가장 말년의 6년간, 즉 간세이 6년(1794)부터 12년(1800) 사이로 볼 수 있으나, 그림의 양식으로 따지면 그보다는 더 이른 시기에 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자쿠추에게 안에이 8년(1779)에 일어난 어머니의 죽음은 커다란 슬픔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2명의 남동생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렇기에 장수로 인해 느끼는 그의 고독감은 가족이 없던 자쿠추에게 오히려 컸을 수도 있다. 이 작품에는 죽은 가족의 명복을 빌고 가업의 번영을 비는 소원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비통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과일과 채소들이 각자의 ‘역할’에 임하는 모습을 그린 생명력 깃든 표현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패러디는 아니라지만 절실했을 제작 동기와 유머러스한 표현은 공존할 수 있음을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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