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면에 걸쳐 금칠한 미닫이문에 초묵(焦墨)에 가까운 먹을 사용하여 거목의 매화를 그렸으며 줄기와 가지 한쪽에는 호분(胡粉)으로 쌓인 눈을 나타냈고 그 위에 추위를 견디는 까마귀 무리를 앉힌 그야말로 모모야마시대다운 긴장감이 넘치는 도안이다. 한편 붉은 매화와 이끼를 표현한 점이 금칠한 바탕에 돋보이는 화려함도 잊지 않았다. 이 그림은 고바야카와 다카카게(小早川隆景)가 덴쇼 16, 17년(1588, 1589)에 지쿠젠(筑前) 지방에 세운 나지마성(名島城)의 미닫이문 그림이었는데, 구로다 나가마사(黑田長政)가 입성하면서 구로다 집안에 전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고바야카와 다카카게의 조카인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의 전속 화가였던 운코쿠 도간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