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현 무로지(室生寺)에서 전래되었다고 하는 이중으로 된 상자다. 안쪽 상자 바깥면에는 굽이치는 파도를 그렸다. 뚜껑 바깥면에는 바다 암초에 선 여덟 요괴를, 안쪽 면에는 일곱 요괴와 동자를 그렸다. 뚜껑의 측면에는 바깥 면에 이어지는 암초와 바다 풍경이 그려졌다. 안쪽 면에는 붉은 칠을 더하여 신비한 정취를 보인다. 한편 당궤(唐櫃) 형식의 바깥 상자는 바깥 면에 사슴을 타고 있는 카스가(春日)의 다섯 신과 그들의 권속을 그렸다. 정면에는 카스가니노미야(春日二宮, 본지불은 약사여래)와 십이신장, 산노미야(三宮, 본지불은 지장)와 십왕(十王), 사명(司命), 사록(司祿)이 그려졌다. 왼쪽 면에는 카스가이치노미야(春日一宮, 본지불은 석가여래)와 십이천(十二天)을, 오른쪽 면에는 시노미야(四宮)과 와카미야(若宮), 쥬니큐(十二宮)를 그렸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뚜껑 측면에는 세 개씩 보주(寶珠)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본 작품에 보주(寶珠)가 넣어져 있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뚜껑의 겉면에는 손상이 심하지만 보주를 든 용신이 그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뚜껑 안쪽에는 각각 용을 등에 업은 여덟 명의 의관속대(衣冠束帶)가 세 머리를 지닌 용, 풍신, 뇌신과 함께 그려졌다. 이것도 팔대용왕(八大龍王)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본 작품은 보주를 보관한 상자로 전해져 내려왔으며, 겉면에 그려진 채색을 통해 카스가 신앙, 용신 신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카스가를 둘러싼 용신 신앙은 복잡하나 와카미야신도 처음에는 작은 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용신 신앙을 바탕으로 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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