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흰 반점이 마치 아기 사슴의 반점 같다고 하여 ‘가노코(鹿の子)’라고 부르는 홀치기염색으로 전체에 연속적으로 표현하고, 남아 있는 바탕 부분으로 무늬를 만드는 ‘지오치’ 기법으로 연속적인 거북 등 무늬와 마름모무늬를 표현한 좁은 소매통 기모노[고소데]이다.
거북 등과 같은 육각형의 연속된 무늬와 마름모 무늬의 윤곽은 모두 금박을 문질러 붙이는 ‘스리하쿠’ 기법으로 가장자리를 두르고, 반달 모양으로 크게 나눈 선만 금실을 써서 자수로 표현했다. 이처럼 전부를 가노코 기법으로 염색한 작품의 예는 에도시대(1615-1868) 후기에 도시 여성들이 명절이나 경사로운 날 입었던 수려한 기모노[하레기]에서 종종 보이는데, 이 한 벌의 기모노는 그것들보다도 훨씬 더 제작연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요소를 포함한다.
우선 주목할 점은 고소데 전체의 디자인 구성이다. 등 전체에 크게 둥근 호를 그리는 것처럼 무늬를 배치하는 구성은 『온히이나카타』(1666년에 간행된 고소데 디자인 모음집)에 그려진 간분 연간(1661-1672) 무렵에 보인 고소데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그다음은 홀치기염색의 반점 무늬가 아주 작고 정교하다는 점이다. 홀치기염색으로 작은 반점 무늬를 옷감 전체에 균등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실 묶기 기술과 탁월한 염색 기술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홀치기 염색이 가능했던 시기는 실이 아닌 풀로 방염한 유젠 염색(비단 등에 화려한 채색으로 인물, 꽃, 새, 산수 따위의 무늬를 선명하게 표현하는 염색 기법)이 주류였던 1680년대 이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가노코’ 염색의 반점 크기를 에도시대의 작품에서 살펴보면 작은 입자에서 큰 입자로 변천해간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늬의 윤곽을 모두 금박을 붙여서 가장자리를 꾸미는 기법의 존재를 언급하고자 한다. 가장자리를 금박으로 꾸민다는 의미에서 ‘엔파쿠(縁箔)’라고 부르는 이 기법은 현존하는 예로 에도시대 전기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다. 가장자리를 금박으로 꾸몄던 엔파쿠 기법의 역할은 간분 연간(1661-1672)에는 금실로 놓는 자수 기법으로 이어져, 금실 자수와 엔파쿠가 공존하는 이 고소데는 과도기적인 양상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 고소데는 확실한 작품의 예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17세기 중반의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선명한 붉은 바탕에 흰색으로 무늬를 표현하고 곳곳을 금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당시의 화려했던 유행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