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번의 나베시마번요에서 제작된 다채색 나베시마 병자(술단지)로, 신전에 올리는 술을 담는데 쓰이며 쌍을 이뤄 신전에 올린다. 나베시마번요는 사가번이 무가 정권의 수장인 쇼군 가문 등에 헌상하기 위한 최고 수준의 자기를 생산한 가마다. 헌상품답게 엄격한 규격에 맞춰 제작한 접시 등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 한편, 쇼군 가문과 사가번의 번주 나베시마 가문 등의 특별 주문을 받아 제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에는 색상이 선명한 채색용 안료를 사용하여 몸통 앞면에는 송죽매(소나무, 대나무, 매화)와 학, 거북무늬를, 뒷면에는 귤나무를 그렸다. 길상무늬인 송죽매와 학, 거북무늬를 조합한 디자인은 에도시대에 의복 고소데와 우치카케, 그리고 칠공예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고, 축하 자리에서 입는 의복과 혼례 도구 등에 빈번히 표현되었다. 이 작품 또한 에도막부 쇼군 가문 또는 다이묘 가문에서 혼례를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도자기 표면에 그림을 그려넣은 수준 높은 기술은 겐로쿠시대(1688-1704) 무렵 전성기를 맞이한 나베시마 도자의 기술과 상통한다. 에도막부 8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재위:1716-1745)의 치세에 내려진 검약령으로 다채색 나베시마 도자는 화려하다하여 생산이 거의 종식되기 때문에, 이 작품은 그 이전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고미술상이었던 고인 사카모토 고로 선생의 기증품으로, 무늬와 모양이 거의 동일한 병자(미지정품)도 함께 기증되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이와 유사한 다른 작품이 발견되지 않으며, 쌍을 이루어 쓰는 병자의 특성으로 보아, 이 두 점은 원래 한 쌍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간주된다. 또 다채색 나베시마의 전해지는 작품 중 병자는 단 이 두 점만이 발견되어, 희소성이 매우 높다.
도쿄의 미술관 오쿠라집고관의 소장품중, 가부라키 기요카타(1878-1972)의 그림 <칠석>(1929년)의 좌병풍에 이 병자가 그려져 있는 것이 최근 우연히 확인되었다. 그림에는 제사용 굽달린 쟁반 위에 이 병자가 쌍으로 올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