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섬기면서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편에 선 고바야카와 히데아키(1582〜1602)가 입었다고 전해지는 진바오리이다. 중국 술을 좋아하는 요정 성성처럼 붉게 표현된 새빨간 나사는 멀리 유럽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당시 유행하던 소재이다. 그 화려한 붉은 색 바탕의 등에는 커다란 낫을 비스듬한 십자로 교차시킨 대담한 문양을 흰색과 검정색의 나사로 박아 넣었다. 낫 문양에 빨간 나사로 작게 박아 넣은 하트 형 문양은 일본에서는 「이노메」라고 한다. 한편 목 부분은 국사문 모양 비단으로 도리이를 디자인하여 서양 의복에서 볼 수 있는 빨간 작은 단추로 채우도록 되어 있다. 진바오리는 전장에서 갑옷 위에 착용한다. 도리이는 생명이 위험한 전장에서 신의 가호를 비는 의미로 디자인 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주문은 옷의 안감에서도 볼 수 있다. 앞쪽 맞추는 부분을 열어 보면 안감의 등 부분에 청록의 비단실로 크게 원 안에 「영」이라는 글자를 자수해 두었다. 목숨을 길게 해 달라는 기도였던 것 같다. 안감에는 서양풍의 식물 무늬 등이 새겨진 흰 바탕의 단자가 있다. 남만선이 일본으로 가져 온 유럽 산의 진귀한 옷을 모모야마 시대의 무장이 애용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