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의 천판 윗면부터 벼룻집 표면까지 담쟁이와 단풍이 우거진 산길이 그려진 서안과 벼룻집 세트 구성의 작품이다. 문양은 금으로 표현한 얇은 다카마키에(高蒔繪) 기법에 금•은의 기리카네(切金) 기법을 섞어 표현했다.
그림을 살펴보면, 윗면 우측 하단의 책 등을 넣는 상자인 급(笈)이 홀로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더 자세히 보면 급 위에는 얇고 긴 매듭을 진 편지 같은 것이 있다.
가고 가도 스루가노쿠니에 갈 수 없네. 우츠노야마 산에
이르러 내가 들어가려 하는 길은 어둡고 좁으며
담쟁이와 단풍이 우거져…
로 시작되는 『이세모노가타리』 제9단 우즈야마 산 대목에서 소재를 얻은 문양이다. 에도 마키에에는 어떠한 장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을 일부러 그리지 않고 그 소지품에서 존재를 암시하는 「부재 문양」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그 전형적인 그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