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송시대의 무준 사범(無準師範 1177-1249)은 여러 사찰의 주지를 거친 후 경산 만수사(径山万寿寺)*의 제34대 주지를 역임한 선승이다.그의 제자로는 가마쿠라 엔카쿠지(円覚寺) 절의 개산인 무학 조원(無学祖元), 겐초지(建長寺) 절의 제2대 주지였던 올암 보령(兀庵普寧) 등 일본에 건너온 유명한 중국 승려들과 1235년 남송에 가서 인가를 받은 뒤 교토 도후쿠지(東福寺) 절을 개창한 성일국사 벤엔(聖一国師 弁円) 등이 있다.
벤엔이 귀국한 다음 해인 1242년 무준 사범이 주석하던 만수사가 불타버리자 하카타(博多) 지방의 조텐지(承天寺) 절에서 그 소식을 들은 벤엔은 만수사 재건을 위해 판목 1천 개를 기부하였다.이 편지글은 그에 대한 무준 사범이 쓴 사례 편지이며 이로 인해‘판목을 건넨 묵적’이란 명칭으로 유명하다. 이 편지에서 무준 사범은 벤엔의 조텐지 절 창건을 기뻐하며 기증받은 판목 수를 적고 이에 사의를 표한 뒤 일본 선종의 흥륭을 위해 힘써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차분하게 쓰고 있다.
마쓰에(松江) 지방의 영주이자 다인(茶人)으로 알려진 마스다이라 후마이(松平不昧)가 소장했던 것이다.
*경산 만수사:중국 절강성 북서부에 위치한 경산 기슭에 있던 임제종 사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