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혜 종고(1089-1163)는 중국 송나라때의 선승으로 원오 극근(圜悟克勤) 문하에서 임제선(臨済禅)을 수행하였다. 대혜파의 시조이며 그의 법어는 《정법안장(正法眼蔵)》제3권에 수록되어 있다.
송 왕조는 금나라 침공을 받아 남쪽으로 패퇴하였으나 1127년 당시 재상이었던 진회(秦檜)가 금과 화의를 맺게 되었다.그러나 대혜를 따르던 수행자 가운데에는 금과의 화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진회의 탄압은 대혜까지 미치게 되었다. 이때 대혜는 승적을 박탈당하고 호남의 형주(衡州)와 광동의 해주(海州)로 유배당하였다. 1156년에 이르러 고종의 사면으로 승적에 회복한 대혜는 이후 경산 만수사(径山万寿寺)* 등지의 주지를 역임하였다.
이 편지는 대혜가 해주에 유배당하였을 때 친하게 지냈던 무상거사(無相居士)에게 보낸 편지로서 기백 가득한 필체로 쓰여져 있다. 대혜의 묵적 가운데에서도 특히 귀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에도시대 초기의 선승이자 다인(茶人)인 고게쓰 소간(江月宗玩 1574-1643) 손을 거쳐 다이묘(大名) 다인이었던 마쓰에(松江) 지방의 영주 마스다이라 후마이(松平不昧)가 소장했던 것이다.
*경산 만수사:중국 절강성 북서부에 위치한 경산 기슭에 있던 임제종 사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