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시대 중기에 활약한 시인 백거이(白居易)*의《백씨 문집》은 헤이안시대 귀족들이 애호하였던 시문집이었다. 후지와라 유키나리(藤原行成 972-1027)는 오노 미치카제(小野道風), 후지와라 스케마사(藤原佐理)와 함께‘삼적(三跡)’이란 이름으로 절찬되었던 명필로서 일본풍 서예를 완성시킨 사람의 한 사람이다. 훗날 일본풍 서예의 주류를 이룬 세존사가(世尊寺家)의 시조에 해당한다.
이는 권 제65 가운데 8편의 시를 엷은 차색과 붉은 자색의 염색지 등 9매의 종이를 이어붙인 두루마리에 초서를 섞은 행서체로 쓴 것으로 세련되고 격조높은 서풍이 엿보인다. 유키나리 47살때의 필적이다. 권의 말미에는 유키나리 자신의 후기(後記)와, 1140년 세존사가 제5대인 후지와라 사다노부(藤原定信)가 이를 구입하였다는 것을 적은 발문이 있다. 종이 뒷면의 이음매 부분에 후시미(伏見) 천왕의 수결이 있어 천왕의 유품임을 말해주고 있다.
*백거이:백낙천(白楽天 772-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