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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시대 후기에는 말법(末法) 사상이 유행하며 육도 윤회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아귀도는 그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육도 가운데 하나인 아귀의 세계를 그린 것이다. 특히 이 아귀도는 아귀의 구제에 관한 설화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제1단과 제2단은 식수(食水) 아귀의 구제에 관한 내용이다. 제1단은 36종류의 아귀 가운데 하나인 식수 아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며 제2단은 아귀도에 떨어져도 사람들의 공양에 의해 구제될 수 있다는 내용을 그린 것이다. 제2단에는 특히 우란분재(盂蘭盆斎)*때 절 앞의 탑에 물을 뿌리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는데 생동감있게 묘사된 활기찬 정경은 당시의 풍속화로서도 손꼽을 만하다.
제3, 4단은《우란분경(盂蘭盆経)》을 근거로 부처님에게 구제의 방법을 배운 목건련이 아귀도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해내는 설화를 그린 것이다. 제5단은 출전은 알 수 없으나 목마른 아귀가 있는 물가가 불로 변하는 장면, 부처님의 자비로 아귀의 모습에서 벗어나 물을 마시게 되는 모습 그리고 불국토에 태어나기 위해 구름을 타고 가는 내용 등이 시계바늘 방향으로 반원형을 그리며 이시동도(異時同図)의 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제6단은 항상 입에서 불을 토하는 염구(焔口) 아귀의 괴로움을 들은 아난이 부처님에게 아귀를 구제하기 위한 주문(呪文)을 배운다는 내용이, 그리고 제7단에는 아난에게 아귀 구제의 방법을 배운 승려가 시아귀(施餓鬼) 법회*를 베푼다는 내용이 그려져 있다.
각 단은 이처럼 출전이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화풍상으로도 차이를 보인다. 우선 화면 구성에 있어서 인물 중심의 근접 묘사로 그려진 단이 있는가 하면 넓은 공간을 강하게 의식한 단도 있다. 풍물 묘사에 있어서도 제2단처럼 생동감 넘치게 인물을 표현하고 있는 단과 제3단과 제4단처럼 붓의 터치가 딱딱한 느낌을 주는 곳도 있다. 또한 선의 표현도 굵은 선묘 중심의 제1단과 섬세한 필치의 제6단의 차이가 느껴져 여러 명의 화가가 그룹으로 참여하여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중세의 기록에는 고시라카와(後白河) 법황이 창건한 렌게오인(蓮華王院)에‘육도회’가 소장되어 있었다는 내용이 전하고 있어 이 아귀도도 그 일부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란분재:우란분경(盂蘭盆経) 속의 목건련의 설화를 근거로 하안거(夏安居)의 끝날인 음력 칠월 보름날 조상의 명복을 빌며 부처님, 출가자, 중생에게 공양하는 불사(仏事)
*이시동도 기법:동일한 화면 내에 시간적으로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장면을 함께 그리는 기법
*시아귀 법회:아귀와 망령들을 위해 음식을 베푸는 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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