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 허리부터 끝자락까지 활을 그리듯 흐르는 무늬의 배치는 만지 연간(1658~1661)에서 간분 연간(1661~1673)에 유행한 디자인 양식이다. 간분 6년(1666)에 발행된 패션 북 ≪고소데모요히나가타본(小袖模様雛形本)≫(판본)에 자주 등장하므로 속칭 ‘간분 고소데’로도 불린다. 그 대표작으로 알려진 것이 이 고소데이다.
홍색에 흑색을 섞은 풍아한 검은색으로 물들인 린즈(綸子)에 스리히쓰타(摺匹田) 기법, 금사를 사용한 고마누이(駒繍) 기법, 그리고 연두색과 붉은색과 남색 견사를 사용한 자수로 무늬를 표현했다. 스리히쓰타는 가노코시보리(鹿の子絞り)* 무늬를 형지로 찍어낸 문양인데, 실제 홀치기 염색처럼 보이도록 가노코 무늬 하나 하나에 돌기를 만든 우치다시카노코라 불리는 무늬를 표현했다. 덴나 시대의 금령에 따라 모든 가노코시보리가 금지된 결과, 시정에서는 형지로 간단하게 가노코시보리를 표현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한편 물가에서 노니는 원앙을 묘사하고 물결 모양을 대담하게 표현한 것처럼 보이는 도안이지만, 언뜻 물결처럼 보이는 이 모양은 자세히 살펴보면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바닷가에서 말리고 있는 아보시(網干) 무늬로도 볼 수 있다. 또한 바깥 가장자리 여기저기에 자라난 초록 잎에서는 의젓하게 자라난 새순의 모습이 연상된다. 순은 성장의 상징이며 원앙은 원만한 부부 관계를 의미하는 길상 무늬이다. 물가의 한가로운 풍경 속에 보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는 표현에는 장난끼 가득한 느낌과 서민들의 자유롭고 활달한 기분이 넘치고 있다.
* 가노코시보리: 일본 전통염색 기법의 하나로, 사슴 등의 흰 얼룩처럼 갈색 바탕에 흰 얼룩무늬를 드문드문 표현하는 홀치기 염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