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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의 입법계품(入法界品)에는, 순수하고 마음이 넓은 소년이었던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설법을 듣고 마음이 일어 법을 구하기 위해 차례로 선지식을 만나며, 결국 보현보살 아래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선재동자가 만나는 장면은 일본 나라조에 알려졌던 화엄경변에 이미 나타나있었다고 추측된다. 본 그림은 이를 만나는 장소의 순으로 53폭(혹은 재견문수(再見文殊)를 포함한 54폭)으로 나누어 그린 것이다. 원래는 그림 표구가 있는 거는 족자였다. 그 중 20점이 현존하며 도다이지 절에는 10점이, 나머지는 네즈 미술관, 후지타 미술관, 나라국립박물관 등에 나누어 소장되고 있다. 표현 묘사에는 얼마의 차이가 느껴지지만 일련의 직품으로서 모순은 없다.
일본 헤이안 후기에는 벽화에 그려진 역참도(歷參圖)의 존재가 추측된다. (『황후궁건당사안불상원문(皇后宮建堂舎安佛像願文)』) 또한 중국 북송에도 그 사례가 있으며, 송에 간 일본 승려 조진은 개원사 대불전에서 벽화 「선재지식」도를 보고, 고려 의천은 항주 혜인사의 「선재동자참선지식오십사축」을 옮겨 각각 귀국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본 그림의 완성도 동아시아적인 시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림의 윗부분에는 묵서로 선지식의 존명, 주소, 찬송 등을 기입하고 있다. 찬송은 육십화엄과 팔십화엄 쌍방에 의한 것으로 일정치 않다. 도안은 척본과 판화 등으로 알려진 북송 말에 새롭게 완성된 도안에 의한 것이 아닌, 아마도 중국 옛 방식의 선재동자역참도를 계승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부채(賦彩)에는 헤이안 중기 불화에서 보이는 구색표현과 색선•색바림 기법이 보이며, 그림 속의 산수와 야수(野水), 이형이류(異形異類)의 모티브도 옛 방식이다. 본 그림의 보수적인 화풍은 많은 점을 알려준다.
무로마치 시대에는 도다이지 절 가이단인 삼면승방 북실의 중앙5간(담의소•식당)에 걸렸었으리라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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